『로완이 남캐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2020.04.19 연성
그 일에 대해서는 모두 약속한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절친의 마지막을 허무하게 보낸 자신에 대한 원망일 수도, 이젠 존재하지 않는 자에 대한 묵념일 수도 있다. 곧 끊어질 것 같은 고요함을 깨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금이 가기 시작한 감정을 채워나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트로이안에게 있어서 이번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실수였다. 실수인가. 본인의 실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그의 곁에 있던 아이들은 그의 탓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었지만, 입이 바싹 말라 그마저도 금방 그쳤다. 그의 탓은 아니었다. 다만, 모든 일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오늘따라 바람이 유독 차가웠다. 호그와트의 소란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소란했던 날들은 전부 침묵한다. 이제 더는 펼 수 없는 그의 책들이 쌓인 기숙사 침대를 바라보는 트로이안의 미소도, 오늘은 달랐다. 당당함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끝에 내몰린 자들의 마음이 이런 거였나. 사그라들던 그의 모습과 달리 멀쩡하게 돌아온 그의 안경을 바라보며 마지막까지 무너져 모든 감정을 삼킨다.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것들의 연속. 형의 부재, 대인관계, 저주해결 등 문제의 동요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변명하고 싶었다. 커다란 강당. 그곳에 모인 많은 학생 그리고 교수님들. 그의 애도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트로이안은 그가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오길 바라며 눈을 감았다.
* * *
“트로이안”
듣기 싫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평소 그녀의 목소리가 아닌, 곧 꺼질듯한 지친 목소리로 제 경쟁자를 불렀다. 뒤를 돌아 그녀를 마주했다. 말을 건네려니 혓바닥이 입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평소의 당당했던 얼굴엔 그녀의 눈과 같은 장미의 조용한 싸늘함이 띄워져 있었다. 학생들은 평소의 그녀이거니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겠지만 오늘따라 유독 그녀가 위태로워 보였다.
“할 말이라도 있어 스나이드?”
“방과 후에 코퍼와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실로 와”
라는 통보를 끝마친 그녀는 그 자리를 유유히 떠나갔다. 발걸음을 옮긴다. 돌아가면서 불현듯 찾아온 기억의 파편들을 떨쳐내기는 힘들었다. 추억으로 정의내린 많은 기억과 과거들이 한데 뒤섞인다.
"...로완"
이러한 생각도 결국 혼자만의 것으로 남을 걸 알고 있다. 받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감정을 보내며 그의 이름을 불러본다.
* * *
"넌 최악의 겁쟁이야 트로이안. 잠깐이라도 평균이상이라고 생각한게 부끄러운걸!"
"미간 좀 펴지그래 스나이드. 스네이프 교수님이 널 보면 놀라겠어."
메룰라와 벤 그리고 이즈멜라가 함께 있는 자리가 제대로 된 소통이 존재 할 리가 없었다. 가뜩이나 이 주변 것들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지쳐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대립하는 의견 때문에 감정 소비하는 것이 싫어 대충 얼버무리며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호그스미스의 기차역으로 향했다. 로완과 단둘만 있던 곳이었다. 이제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에게 유일하게 남은 것이었다. 이곳에 올 때마다 속절없는 그리움과 붙잡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가 쏟아졌다. 외로움에서 오는 온정에 대한 그리움인지, 과거의 추억이 지시하는 그리움인지 알 수 없었다.
"아하하, 우리 이렇게 웃어본 지가 얼마 만이야!"
"그러게 단둘이서는 오랜만이네!"
그날에 관한 대화가 떠오른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서 있는 모습은 더는 그릴 수 없어도 가슴에 묻어 너를 다시 만날 것을 알기에. 로브 주머니 로완의 안경을 꺼내 들었다. 마지막으로 웃던 그 날의 기억이 선명하다. 그의 안경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네가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친구가 될게 믿어줘 로완."
평생에 거쳐 노력할 약속을 맹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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